붕어빵을 보며 깨달은 것

2016. 10. 31. 23:38마음 이야기/생각


 기분을 전환할겸 오랜만에 집 앞에 있는 공원을 다녀왔다.

 오늘 날씨가 생각보다 추웠다는 것이 조금 '에러'였지만, 그래도 확실히 기분전환은 되었다. 그럼에도 추위는 이길 수 없었던 찰나에 붕어빵을 파는 곳이 앞에 보였다. 손도 얼기 직전인 나에게 따뜻한 난로와 같은 따스함을 선사해줄 중요한 아이템으로 보였다. 


 천원에 세개.


정말 오랜만에 들린 붕어빵. 하지만 너무 비싸졌다. 어린 시절 천원에 5개였던 붕어빵은 두개가 줄어 들었다. 물론 가끔 천원에 다섯개로 파시는 분들이 있지만 막상 구입하면 그 크기가 작아서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어찌 되었던 내가 구입한 것은 정상적인(?) 크기의 붕어빵이었다. 추위에 어느새 내 손엔 붕어빵이 들려있었다. 한개를 맛있게 먹고 두개를 먹는 중 머리 속으로 문뜩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매 겨울마다 붕어빵을 사먹던 나의 모습들이었다. 단순히 학교에서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매년 겨울 붕어빵을 사먹었던 단순한 기억이었지만, 순간 부끄럽게 느껴지는 나의 모습들이었다. 단 한번도 그 붕어빵을 집까지 들고가 본 적이 없는 이유에서였다. 다섯개씩이나 되었지만 5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에 혼자 다 먹고 집에 들어가며 종이봉투는 증거인멸로 집 앞 쓰레기 놓는 곳에 버리고 들어가는 모습들이었다.


 요즘 티비에는 많은 육아방송들이 방영되고 있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들도 나오고, 실수하는 모습들도 나오지만 어른들 보기엔 다 귀엽고 기특하기만 하다. 그런 장면들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사랑스럽게 나오는 장면은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지만, 자신의 것을 양보하고 부모님께 먼저 드리는 모습들이다. 이러한 장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컸구나'하며, 아이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사랑한다.


 나는 지나간 나의 모습 속에서 굉장히 '이기적인' 나를 발견함을 인하여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 붕어빵 한 개가 무어라고 그리 내 뱃속에 넣기 바빴을까. 이런 부끄러움 속에서 또 다시 부끄러운 것을 더하여 죄송한 마음이 드는 장면들도 떠올랐다. 언제나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내 앞에 가져다 주시던 모습들을. 친척이나 혹은 아는 사람들의 잔치를 다녀오신다 하더라도 맛있는 것은 자식들에게도 먹이고 싶어 조그만 종이컵에 음식 몇개라도 넣어서 가져와주시던 그 모습들을. 나는 나를 보았지만, 부모님은 나만을 바라보고 계셨음에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뜩 더 슬픈 생각이 떠올랐다. 붕어빵을 집 앞까지 오물오물거리며 먹으면서 오는 자식이지만, 집앞에선 다 먹고 집에 들어올 땐 빈 손으로 들어오는 자식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궁금하다. 지금의 내 생각으론 '자식, 키워놨더니 지 입만 입이네'하며 뭐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단 한번도 그러신 적이 없다. 오히려 배고프지 하면서 부침개라든지, 핫케익을 해주셨었다.



 '쓸쓸함'


 아니 혹은 '씁쓸함'이라는 느낌은 부모님께는 없었던 것일까? 

분명 그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러한 마음보다는 자식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그것만 눈에 보이지 않으셨을까. 그럼에도 스무살이 넘어서도 그러는 자식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드셨을까 더욱더 궁금해진다. 너무나 늦게 이를 알아버린 버릇없고 어리석은 자식은 너무나 죄송한 마음밖에 남지 않았다. 붕어빵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 뭉클해진 마음으로 다시 붕어빵 한봉지를 구매하러 되돌아 간다. 몇분도 안되 붕어빵을 사러간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붕어빵 맛있죠?"


 솔직히 맛 없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붕어빵 중에 제일 맛이 없었다. 하지만 그 분도 누군가에 어머니이시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에 적당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고 붕어빵을 받아 나왔다. 붕어빵을 들고 집으로 오는 길. 어느 때보다 비로 인해 떨어진 낙엽밟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이번엔 집 앞에서 마지막 붕어빵을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새 붕어빵 봉지를 들고 들어가는 내 인생에 새로운 장면이 연출 되었다. 무뚝뚝하고 이기적인 자식이기에 들어가면서도 마음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방에 앉아계시는 어머니께 그저 툭 내려놓는다.


 "오늘 날씨가 추워져서 붕어빵 아줌마 나왔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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