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pShot 마포 문화비축기지 야경

2019. 2. 12. 22:37사진 이야기/스냅샷

2010년대는 재활용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90년대 '아나바다 운동'으로 물건을 재활용 했다면, 요즘은 마을과 도시까지 재정비한다. 게다가 오래된 시설도 마찬가지다. 오늘 다녀온 마포 문화비축기지도 그중 하나다. 


1973년 석유파동 이후 76부터 78년까지 3년간 5개 탱크를 마포에 건설한다. 서울 시민이 한달간 소비하는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보관하기 위해서다. 산업화시대에 석유는 금과 같았기 때문에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시대가 발전하고 바로 옆에 2002 월드컵 경기장을 세워지며, 안전상의 이유와 함께 그 역할을 다하고 폐쇄됐다.



10여 년간 방치되있던 이곳은 2013년에 시민아이디어공모를 통해 공원 '문화비축기지' 공원으로 변신을 꾀했다. 2014년 국제 현상설계공모전을 열었고, 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의 '땅으로 부터 읽어낸 시간'이 당선돼 산업유산 재생과 석유비축탱크의 공간적 특성을 살려 친환경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문화비축기지는 2017년 9월1일에 시민에게 개방했다. 늑히 무작정 없애기보다 기존 시설을 재활용한 점이다. 축구장 22개 크기인 14만㎡ 부지 가운데에 개방된 문화마당이 자리하고 6개의 탱크가 이를 둘러 싸고 있는 형태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존 자원들을 재활용한 ‘재생’을 통해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문화비축기지가 단순한 문화시설을 넘어 석유와 건설로 대표되는 산업화시대에서 친환경과 재생을 아이콘으로 한 미래로의 도약, 그 상징적 공간이 되도록 시민과 함께 만들고 채워 나가고자 한다"고 얘기한다.


높이 15m, 지름 15~38m의 기존 유류보관 탱크 5개 중 4개는 시민을 위한 공연장과 강의실, 문화비축기지의 과거와 미래를 기록하는 이야기관 등으로 변신했다. 탱크에서 해체된 내외장재를 재활용해 새로 지은 탱크는 카페테리아와 원형회의실, 다목적강의실을 품은 커뮤니티센터로 재탄생했다. 공간쓰임새를 한정짓지 않고, 강연회나 대담,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것이 문화비축기지의 특징이다.



크게 한 바퀴를 돌고 나왔다. 다시 날씨가 추워진 한 겨울 속이라 직원 빼곤 아무도 없었다. 카페조차 직원만 있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서 나홀로 촬영을 하고 있으니 세상이 망하고 혼자 살아 남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화 '20세기소년'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갈 정도였다.


처음 방문한 마포 문화비축기지는 내게 꽤 신선한 느낌을 줬다. 공포영화보단 SF영화나 재난 영화에 나올법한 느낌을 받았다. T6에서 월드컵 경기장을 바라봤을 땐 큰 우주선 같아보였으니까. 주간에 가본 적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다른 분들이 촬영한 마포 문화비축기지는 꽤나 힙한 현대 건축물이자, 다시 살아난 따듯한 장소로 표현돼 나들이하러 가고 싶은 장소로 비춰졌다. 나 또한 그 이미지를 그리고 갔었는데...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한가보다. 아니, 날씨가 중요하다. 한 바퀴를 돌자마자 너무 추워 삼각대를 접고 바로 정보안내소로 들어가 몸을 녹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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