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컬러 스파이더X 프로 / datacolor SpyderX Pro

2019. 6. 11. 23:48IT 이야기/컴퓨터

스파이더X의 패키지는 렌즈가 적나라하게 나타나있다. 정확한 교정의 의지를 보이는 듯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취미 사진가라면 혹은 무엇보다 정확한 색감을 얻고 싶은 욕망이 큰 사진가라면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색상교정)에 꼭 한번씩 관심 갖는다. 그리고 한번 사용하면 다시는 손에 놓지 못하는 색상교정기 세계에 발을 들인다. 스파이더5가 내 손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다시 스파이더X의 후기를 쓴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아는 지인이 스튜디오를 시작했다길래 사용하던 스파이더5를 빌려줬다가 그냥 쓰라고 하며 그에게 선물했다. 떠난 후에 소중함을 안다고 했던가. 스파이더 유틸리티에서 모니터 교정시기가 왔다고 알림이 뜬다. 타이밍도 좋다. 게다가 곧 P&I가 열릴 시기였기에 이참에 새로 나왔다는 스파이더X를 구경하고 업어오기로 생각했다.

 

P&I에 도착해 데이터컬러의 부스를 가니 스파이더X는 물론 여러가지 제품들을 전시했다. 여유가 된다면 하나씩 사고 싶은 제품들이지만, 현실을 생각해 원래 목적인 스파이더만 살펴보았다. 전시회 특별가가 온라인 가격보다 저렴한 것을 확인 후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했다. 

 

검정색이던 스파이더가 때를 벗기고 환골탈태했다. 모양은 더 부드러워지고 캐논의 L렌즈처럼 빨간 띠를 둘렀다. USB 선까지 백색인 것은 아쉽다. 오래 쓰면 분명히 때가 생길텐데. 애플의 라이트닝 케이블처럼 이따금씩 닦아줘야 할 듯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할 일은? 당연히 화면 교정일 테다.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은 전자기기 개봉이니까. 

포장 패키지는 기존과 동일하다. 윗 박스를 열고, 중간 프라스틱 덮개를 치우면 스파이더X가 자리한다. 아래로 USB 선이 돌돌 말려있다. 그 아래로 시리얼 넘버가 적혀있는 것도 스파이더5 패키지와 같다.

 

스파이더X는 프로와 엘리트 버전으로 나뉜다. 나는 감마를 조정하거나 듀얼모니터를 사용할 일이 없는 취미 사진가이기에 조금 더 저렴한 프로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싸진 않다. 그래도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의 대중화를 이끌만한 가격이다. 모니터와 색상교정 장비까지 제대로 갖추려면 50~60만원이 아니라 돈 백만 원이 쉽게 나가기 때문이다.

 

30분간 모니터를 웜업시킨 후 안내를 따라 모니터 가운데에 교정기를 올려두면 스파이더 유틸리티가 색상을 검사하며 모니터에 맞는 색상 프로파일을 생성한다.

바로 데이터컬러 홈페이지에 접속해 설정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고 화면 교정했다. 교정 방법은 이전과 같아서 어려움이 없었다. 이전 세대보다 더 세밀한 측정과 빠른 조정이 장점인 스파이더X. 색상과 톤이 바뀌며 열심히 색상을 교정하는 순간은 꽤나 쾌감이 느껴진다. 올바른 색상을 찾아간다는 뿌듯함이랄까.

 

교정이 끝난 후 교정된 보기와 교정 전 보기를 비교해 주는데, 여기서 쾌감이 가장 크다.

 

동영상으로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교정 전엔 파란 톤이 강하고 어두운 톤이 강조되었던 것에 반해 교정 후엔 파란 톤이 줄고 계조가 넓게 퍼진 것을 볼 수 있다. 간혹 노래진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던데, 눈에 파란색에 익숙해져 있어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사실, 보다 보면 모른다. 절대음감처럼 절대색상(?)을 보는 사람이 아닌 이상...

 

sRGB, NTSC, AdobeRGB, P3영역과 자신의 모니터 색역을 비교할 수 있다. P3는 이번에 추가됐다.

마지막 순서는 현재 디스플레이의 색역을 그래픽으로 표현해주며 끝난다. 모니터를 처음 사고 캘리브레이션을 했을 땐 sRGB의 99%였는데, 지금은 96%라고 뜨는 것을 보니 3년이 넘어가니 모니터의 수명도 안녕중인 셈이다. 다음엔 AdobeRGB를 지원하는 모니터로 바꾸기 위해 총알을 모아야 할 듯하다. 장비병은 낫지 않는 병이니까.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나를 합리화하며.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부평아트센터
지나가다 주택가에서 찰칵

캘리브레이션을 마친 후 작업을 미뤄왔던 사진을 몇 컷 보정했다. 다른 건 몰라도 보정하는데 자신감이 든다. 내가 보정을 잘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올바름', '정석'에 맞춰진 색상을 기준으로 사진을 본다는 것 때문이다. RGB를 적절하게 혹은 일부를 과하게 보정해도 극단적인 색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다음 알림이 울릴 때까지 잠시 스파이더는 서랍에 넣어두고, 사진을 열심히 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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