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을 보며 추억하는 나의 이웃

2015. 12. 4. 10:45마음 이야기/생각

<사진출처 : 응답하라1988 공식 페이스북>


 응답하라 시리즈는 사실 처음 시즌이었던 '응답하라 1997'밖에 보지 못했다.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1988의 경우는 뉴스와 클립영상으로 간간히 보고 있는 중이다.


 그 중 눈에 계속 띄는 말들이 있다.
 뉴스에도 페이스북에도 브런치와 블로그, 그리고 댓글까지 동일하게 말이다.
 "동네 친구들과 허물없이, 이웃과 허물없이 지냈던 그 시절이 그립다'라는 글.

 나는 88년도에는 아빠 뱃속에도 아마 존재 하지 않았을 시절이다. 그러나 나에게도 어린시절의 동네의 이웃들과의 추억은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부터 친구인지도 모르는 동갑친구 하늘이.
우리 앞집 살던 호겸이형. 그리고 13살까지 내 머리를 책임지셨던 미용실운영하던 호겸이네 아줌마(어머니).
뚱뚱했지만, 중학생되며 살빠진 소라.
막내 이름이 '민희'라서 붙은 미니아줌마.
정육점을 운영했던 우리 주인집 아줌마.
강아지 이름이 '진구'라서 맨날 진구아저씨라 부른 옆집 아저씨.
열거하면 끝도 없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따로 있다.
 2층이었던 우리집 현관문을 열고 앞을 바라보면 보이는 주택건물 3층에 살고 계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이름도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할머니 할아버지로만 불렀다.
 매일 아침 등교할때 창문열고 바람쐬고 계시는 할머니를 보며 목인사를 하게 되었고, 할머니께선 잘 다녀오라는 표시로 항상 웃어주셨다.
 어머니께서 부친개를 부치시면 종종 심부름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가져다 드리기 제일 좋아 했던 것은 김밥이었다.
 우리집은 잘 사는 집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선 내 소풍때마다 꼬박꼬박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새벽부터 일어나 내 김밥을 직접 만들어 싸주셨다.
 당시 김밥을 많이 만드신건 아니지만, 항상 주위에 나눠 먹었다. 그 당시 아침타임은 소풍가는 학생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음식을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그 중 한집으로 맞은편 할머니 댁에도 김밥을 가져다 드리러 가게되었다.
 할머니께서는 내가 김밥을 가져 갔을 때 꾸부러진 허리로 나오시며 가져간 김밥을 보고 내게 물으셨다. '오늘 소풍가니..?'. 그러면 나는 숫기없게 '네'라고 대답했다. '잠시만 기다려라..' 라고 할머니께선 말씀하시고 방에 갔다 나오시며 내 손에 2천원을 꼬옥 쥐어주셨다.
 그리고는 '재밌게 놀다오너라..' 말씀하시며 나는 똑같이 숫기없게 감사하다고 대답하고 기뻐서 집으로 왔다.

 이 기억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은 것은 내게 가장 따뜻한 기억 중 하나이기에 그런 듯 싶다. 소풍가는 날 어머니께서 김밥은 챙겨주셨지만, 어린 마음에는 김밥보단 '용돈'을 받고 싶었다. 친구들은 과자도 사먹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었지만, 나는 용돈을 받아 보지 않아 사먹지 못했기에. 그래서 당시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싸주시는 어머니의 정성보단 김밥을 가져다 드리면 내게 용돈을 쥐어주시는 이웃집 할머니가 더 좋았었나보다. 당시의 2천원은 1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20개를 사고, 떡꼬치를 10개나 먹을 수 있는 어린 나에겐 엄청 큰 돈이 었다.
 그렇게 내가 그 동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기까지 할머니께선 소풍날 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천원의 용돈을 쥐어주셨다.

 '응답하라1988'을 보며 다시 느끼는 것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는 행동은 자기에도 상대방에게도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남기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식할 수 있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서 채워가며 자신의 풍족한 부분을 나눠주게 된다. 이는 말하지 않아도 의식하지 않아도 함께 어울림에 있어서 자연 스럽게 진행되는 듯하다.
 그러나 요즘 사회가 점점 '나만 아니면 되' 라는 둥의 개인주의로 빠져들면서 남보다 나를 낫게 여기고 배려가 부족하고 관심이 없어지고 있다. 그 시절을 그리워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증거. 그렇다면 그 생각이 드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 이웃집에게 사소한 인사를 나누는 것 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아무리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해도, 우리 모두가 마음을 합하면 그 세상을 바꿀 힘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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