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pShot 경복궁

2018. 3. 1. 02:58사진 이야기/스냅샷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참 맑다. 눈이 땅에 떨어지면 하얀 빛을 반사해 사람에게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도록 한다. 한가로이 컴퓨터를 하고 있던 저녁에 창밖을 보니 그 눈이 떨어지고 있다. 갑자기, 내일은 경복궁에 들려 눈내린 궁은 어떤가 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따사로운 햇살에 반짝이는 눈과 궁의 조합이 생각 속에 그려봤다. 단지 눈을 떴을 때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는 것과 광화문에 도착했을 땐 눈이 많이 녹았다는 것이 흠이였다.











경복궁은 한겨울에도 인기장소였다. 추운 날씨임에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복을 입고 돌아다녔다.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패딩은 두고왔는지 한복만 입고 구경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이로 보라색 패딩을 입은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누가봐도 방송국에서 나왔다고 느낄만한 ENG카메라를 들고 있기에. 해외 로케 촬영인 듯했다. 카메라 감독은 전체적인 스케치 영상은 물론 경복궁 조각의 세세한 부분까지 촬영했다. 너무 열중하고 있기에 차마 말을 못걸었다. 사실은 영어를 잘 못해서다.


나는 경복궁을 잘모른다. 하지만 근정전이 경복궁의 메인 건축물중 하나라는 사실을 안다. 근정전을 가만히 쳐다보면 처마가 인상적이다. 단이 나뉘어져 있는 겹처마와 처마 끝이 올라간 것이 근정전의 아름다움과 근엄함을 담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아,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이 있다. 근정전이 1985년 1월 8일에 국보 223호로 지정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중고등학생시절 국사를 배웠음에도 기억에 남기지 못한 내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고, 주변에 있는 수많은 외국인가 내가 별반 차이 없단 생각에 한심하단 생각까지 들었다. 20대를 넘어와 30대를 직전에 둔 지금, 10대때 보다 더 많은 역사 공부를 하고 있다. 역사를 아는 즐거움이 그때 있었다면 시험점수라도 잘 나왔을텐데..


근정전 왼쪽편으로 나오면 오른편으로 경회루가 나온다. 왼쪽으로는 인왕산 오른쪽으로는 북악산을 배경삼아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경회루. 일본이 경복궁을 훼손할 때도 경회루 만큼은 건들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을 정도로 경회루는 모든이들에게 여유로움을 가져다 주는 곳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연못 위 눈과 경회루 모습은 가던 길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길을 따라 경복궁 곳곳을 걷다보면 특이한 모양의 나무들이 있다. 세월을 지나며 궂은 날씨를 이겨낸 결과들이겠지. 경복궁은 나무도 하나의 디자인이며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곳이다.


경복궁의 맨끝에 다다르면 한옥 같으면서도 아닌 건축물이 하나 나오는데, 이 건물의 이름은 '집옥재'다. 중국풍 서양식 건물로 한마디로 정리하면 여러가지 건축양식이 혼합된 '짬뽕건물'이다.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장소로 사용했던 곳이기에 가능했던 건축물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도서관으로 사용하며 난방기가 없는 관계로 겨울엔 휴관한다.


집옥재를 바라본 상태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우뚝 솟아보이는 건물 하나가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이다. 집옥재를 짬뽕건물이라 칭했지만, 진짜 짬뽕은 이 박물관이다. 난간은 경복궁 근정전, 계단은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본따 만들고 그 위에 구례 화엄사 각황전, 익산 금상사 미륵전 그리고 제일 높은 법주사 팔상전을 재현해 뒀다.

아쉽게도 신박한 조합인 박물관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경복궁 복원 계획에 따라 2031년 철거하고 박물관을 다른곳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경복궁 한바퀴 돌아 나오는 길에 다시 근정전을 지나쳤다. 근정전을 둘러싼 회랑뒤로 콘크리트와 유리로 된 최신식 건물들이 보였다. 같은 서울이지만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하다. 그냥 생각해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발전이 유익한 발전일까. 한갓진 여유로움을 즐겼던 선조들의 삶이 부럽다. 망중한을 즐겨야하는 지금이 서글퍼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