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스냅샷(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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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Shot 파주 헤이리마을(feat. 건축사진)
말로만 듣던 곳을 드디어 갔다. 바쁘지 않지만, 바쁜 일상. 파주 헤이리마을은 코로나19로 멈춰진 이 세상속에서도 사람이 북적거렸다. 다들 참다참다 참지 못한 발걸음이었을 듯하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조심스러웠지만, 잠시나마 산책하고 싶었다. 마스크를 꼼꼼히 확인하고 파주 헤이리마을에 내렸다. 예술가들이 모인 곳이라 잔뜩 기대했다. 처음 이 마을이 생긴다고 했을 때부터 소식을 들었지만, 10여 년이 지나 도착한만큼 기대감이 컸다. 입구에 주차하고 메인 루트를 따라 크게 한바퀴를 돌아보았다. 가구, 공예, 전시 등 다양한 공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예술(?)스러운 느낌이 적었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것보다 카페가 많았다. 그다음은 편집샵이 많은 듯했다. 예술인들만의 독특함(?)을 기대했던 것은 무리..
2020.05.04 -
SnapShot 세운상가
세운상가는 죽을 뻔 했다 구사일생한 건물이다. 서울 한복판에 크고도 길다랗고 삭막해보이는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도심 부적격 업종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전면 철거 의견이 제기됐다. 그 절정은 2006년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여 전체 상가를 철거한 후 녹지축을 조성하고, 주변 일대를 고밀도로 개발하는 계획이었다. 2009년에 세운상가 앞에 있던 현대상가 건물이 허물어졌다. 이제 세운상가의 차례였다. 허나, 보상 문제와 금융위기, 종묘 문화재 심의로 사업성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됐고, 사업은 3년 넘게 진척이 없었다가 결국 2012년 12월에 이르러 철거 계획은 취소됐다. 이렇게 세운상가는 그 수명이 연장됐다. 세운상가는 1967년부터 1972년까지 세..
2019.05.11 -
SnapShot 마포 문화비축기지 야경
2010년대는 재활용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90년대 '아나바다 운동'으로 물건을 재활용 했다면, 요즘은 마을과 도시까지 재정비한다. 게다가 오래된 시설도 마찬가지다. 오늘 다녀온 마포 문화비축기지도 그중 하나다. 1973년 석유파동 이후 76부터 78년까지 3년간 5개 탱크를 마포에 건설한다. 서울 시민이 한달간 소비하는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보관하기 위해서다. 산업화시대에 석유는 금과 같았기 때문에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시대가 발전하고 바로 옆에 2002 월드컵 경기장을 세워지며, 안전상의 이유와 함께 그 역할을 다하고 폐쇄됐다. 10여 년간 방치되있던 이곳은 2013년에 시민아이디어공모를 통해 공원 '문화비축기지' 공원으로 변신을 꾀했다. 2014년 ..
2019.02.12 -
SnapShot 경복궁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참 맑다. 눈이 땅에 떨어지면 하얀 빛을 반사해 사람에게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도록 한다. 한가로이 컴퓨터를 하고 있던 저녁에 창밖을 보니 그 눈이 떨어지고 있다. 갑자기, 내일은 경복궁에 들려 눈내린 궁은 어떤가 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따사로운 햇살에 반짝이는 눈과 궁의 조합이 생각 속에 그려봤다. 단지 눈을 떴을 때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는 것과 광화문에 도착했을 땐 눈이 많이 녹았다는 것이 흠이였다. 경복궁은 한겨울에도 인기장소였다. 추운 날씨임에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복을 입고 돌아다녔다.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패딩은 두고왔는지 한복만 입고 구경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이로 보라색 패딩을 입은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누가봐도 방송국에서 나왔다고 느낄..
2018.03.01 -
SnapShot 인천2호선 경전철 열차
인천2호선.가만히 올라탔다. 맨 앞에 자리를 잡았다.운연에서 검단오류역까지 약 한시간.창 밖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고. 열차는 정해진 길을 간다.사람은 정해진 길이 있나.신에게 묻고 싶다.내겐 무슨 길이 있느냐고.
2017.03.28 -
SnapShot 강원도 홍천 홍천강 남산교 부근
비 온 뒤 맑음.이 날씨는 정말 최고의 날씨 중 하나일 듯 싶다.홍천강의 강물도 너무나 맑았다. 기대하지 않고 간 장소에서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실로 뿌듯하며 스스로를 칭찬하게 만든다.'잘 왔다' 비 온 후햇빛을 선두로푸르른 풀밭,빛을 반사하는 돌멩이,하늘을 머금은 강물,그리고 부드러운 구름들이만들어내는 풍경은 너무나 옳다. 가만히 그늘에 앉아강바람과 함께한 홍천강의 바람쐐기는올해 들어 잘 선택한 일 중 하나도 손꼽을듯하다. 서울의 청계천이나,인천의 굴포천 같은 곳에선 상상도 못할 기분이었다.
2016.07.16